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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모자 농부의 맛집탐방 (57) 임가락

입력 : 2017-04-21 17:46:00
수정 : 0000-00-00 00:00:00

 



참 재미있어 ‘꼭 가봐야 할 곳’ 이라고 식당을 소개받았다. 교하 출장소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임가락’이다.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는 건 가족의 큰 즐거움(=飪家樂)이 식당 이름이다. 정성껏 만든 음식을 가족처럼 같이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식당은 점심만 차려 2시까지만 손님을 받는다. 1시 40분쯤인가 도착했더니 식당 안에는 한 팀이 식사 중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앞치마 곱게 입은 인상 좋은 ‘거울 앞에 선 누님’ 같은 주인장이 인사한다. “준비한 음식이 동이나 손님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배가 고프기도 하고 멀리서 왔는데 아쉬워 주삣주삣 했더니, “그냥 밥이랑 들깨국이라도 좋으시다면 요기라도 하세요”라는 말에 얼른 식탁에 앉았다.




차림표 없는 식당

둘러보니 칠판에 쓰여진 오늘의 메뉴는 이랬다. 김치찌개, 병아리콩밥, 호박나물, 가지 나물, 미역무침, 월남쌈, 쫄

면, 떡볶이, 빵, 과일 마요네즈 샐러드에 7,000원이라고 써 있었다. 버섯 넣어 끓인 고소한 들깨 국과 가지 나물, 호박나물에 금방 새로 썰어 온 김치 한 보시기를 병아리콩밥과 맛있게 뚝딱했다. 임사장은 오랜 직장생활을 하면서 외식이 늘 문제였다고 했다. 조미료가 많이 들은 음식도 그렇지만 획일화된 맛과 메뉴가 싫어서 내가 먹고 싶은 음식, 5대 영양소를 골고루 갖춘 제철 식재료를 갖고 다양하게 차려놓고 싶었단다. 그래서 고정 차림표도 없고 주인장 맘대로 차려놓은 대로 먹는 불친절한 식당(?) 진정한 가정식 밥집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하루에 딱 20인분만 준비

하루에 딱 20인분 밥만 준비한다. 이 나이쯤에 내 맘대로 하는 재미있는 식당을 운영하려고 오랜 시간 사찰요리도 공부했다한다. 조리학과를 졸업한 요리사 아들의 도움과 응원이 큰 힘이 되었다. 딱 20인분의 식사를 준비하는 이유는 딱히 없다. 음식을 마련하면서 서두르지 않아도 되고 온 정성을 다해 즐겁게 준비할 수 있는 분량을 생각한 것이다. 이 15인에서 20인분이이 딱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인 것 같단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즐겁게 지금처럼 일하다 더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지면 반찬가게와 함께 운영해 보겠다는 것이 앞으로의 소박한 희망사항이다.

토요일은 별식의 날이다. 오로지 잔치국수와 김밥만 있다. 혹 어쩌다 금요일에 남은 재료가 있다면 그건 서비스메뉴이다. 잔치국수는 3,000원 김밥은 2,500원이다.

 

이 식당은 1인 식당이다.

식당이 적다고 할 수 없는 규모인데 주방장도 캐셔도 홀 언니도 없다. 혼자서 음식을 차려놓으면 알아서 드시고 손님이 직접 카드를 긁고 가시거나 현금도 알아서 두고 가신단다. 임숙희 사장은 오늘도 식당 일이 끝나면 다시 병원으로 출근하는 간호사이다. 새로운 인생의 이모작으로 택한 이 일을 오래하고 싶으면 보람 있는 간호사 일도 소중하기에 병원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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